해외에서 들려오는 뉴스가 매번 심각합니다. 백신의 보급이 무색하게 감염자 수가 매일 갱신되고 사망 소식도 여전합니다. 특히 인도는 세계 확진자의 절반이 발생하며 요주의 국가가 되었습니다. 인도의 중심을 흐르는 갠지스 강은 인도인 정신의 줄기, 삶의 전체라고 여겨집니다. 현재는 전염병으로 얼룩진 시체가 강 가득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흡사 월드워Z의 아포칼립스 상황을 보는 듯합니다.
한국은 백신 접종이 늦어지며 언제 정상화가 될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마스크를 쓰고 대화하는 것, 이른 시간 집으로 향하는 것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평범하게 맛집을 가고, 여행을 다니면서도 따가운 눈총을 견뎌야 합니다. 반대로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서로 경계하고 선을 긋는 사이, 점점 혐오의 시대가 되어갑니다. 이런 때 우리의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요?
에바 알머슨은 일상의 소소한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내는 작가입니다. 사랑스러운 화풍으로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행복을 그리는 화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2018년 전시에 40만명 관람객을 동원하며 주목받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로스엔젤레스, 홍콩, 싱가포르, 리스본, 타이페이, 멜버른 등에서 박람회와 개인전을 열었습니다. 공공 예술 설치, 광고 캠페인, 영화 및 TV 프로젝트 등 다양한 범위의 프로젝트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나의 삶 역시 갈등과 힘든 일이 있지만, 희망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무심코 지나쳤던 일상이 얼마나 아름답고 사랑스러운지를 이야기하며 따뜻한 위로를 건네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
-에바 알머슨
에바 알머슨만의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시선은 우리가 스쳐 지나가는 보통의 날을 특별하게 만들어 줍니다. 가족과 나들이를 즐기는 순간, 소파에 누워 휴식을 즐기는 때, 달콤한 디저트와 함께하는 나날이 따뜻한 행복감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에바 알머슨의 작품은 나의 하루 역시 반짝이는 순간들이라는 것을 되새기게 합니다.
“베어버리자니 풀 아닌 게 없지만 / 두고 보자니 모두가 꽃이더라.” 중국 송대의 유학자, 주자의 말입니다. 톨스토이는 “식사를 준비하고 집을 청소하고 빨래를 하는 일상적 노동을 무시하고서는 훌륭한 삶을 살 수 없다.”고 했습니다. 광고기획자 박웅현은 “아침밥, 새소리, 햇살, 늘 거기 있지만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었던 것들. 그런 것들이 즐거움의 대상이 되면 행복하겠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일상의 작은 부분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가볍게 흘려보냈던 순간들이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을까요?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습니다. 이것은 일상의 틈에서 발견한 웃음들입니다. 식탁에서 가족과 매일 어떤 이야기를 나누는지, 누워서 휴식을 취하던 때, 바깥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어떠했는지, 작은 부분에 귀를 기울여 보시기 바랍니다. 에바 알머슨은 희망은 작은 부분에서 피어난다고 말합니다. 정답이라 단언할 수는 없지만 이 시대를 견디기 위한 희망의 불씨를 발견할 수는 있지 않을까, 기대를 걸어봅니다.
EDITOR 진혜민 DESIGNER 이진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