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칼더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printbakery
1932년 2월, 파리는 아직 떠나지 않은 겨울 공기로 차갑습니다. 그러나 파리 8지구에 위치한 비그농 화랑은 수많은 방문객들로 뜨거운 열기가 가득합니다. 움직이는 예술 작품이 있다는 소식에 다들 눈이 휘둥그레져 찾아온 것입니다. 레디메이드의 창시자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도 이곳에 방문했습니다. 태양과 지구를 상징하는 듯한 구(sphere)들이 선을 타고 상하좌우로 움직입니다. 작가 알렉산더 칼더(Alexandre Calder)는 뒤샹에게 묻습니다. “이런 종류의 작품은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Mobile.” 뒤샹이 답합니다.
모빌(Mobile)은 프랑스어로 ‘움직임’을 뜻하는 단어입니다. 이는 뒤샹이 자신의 움직이는 작품을 부르는 일반적인 명칭이었습니다. 뒤샹은 1931년 자전거 바퀴와 의자를 결합한 레디메이드 작품에 모빌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하였으며 이후 모빌이라는 용어는 칼더의 움직이는 추상 조각에까지 쓰이게 됩니다.
(좌)Announcement for Calder: ses mobiles, Galerie Vignon, Paris, 1932 (우)Object with Red Ball, 1931 © CALDER FOUNDATION
이렇게 ‘움직이는 예술’을 ‘키네틱 아트(Kinetic Art)’라고 부릅니다. 칼더는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입니다. 칼더의 모빌은 섬세하게 계산된 움직임보다 자연에 근거한 즉흥성 강하다는 점에서 다른 키네틱 미술과 구별됩니다. 이것이 그의 작품이 살아있는 생명체로서 느껴지는 중요한 이유입니다.
칼더는 그의 모빌 작품을 두고 이렇게 말합니다.
“모빌은 삶의 기쁨과 경이로움으로 춤추는 한 편의 시다 (A mobile is a piece of poetry that dance with the joy of life and surprise).”
모빌은 어떤 방식으로 시를 써 내려가고 있는 걸까요?
알렉산더 칼더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printbakery
칼더 모빌은 기계적 움직임에서 자연적 움직임으로 나아갑니다. 그의 초기 모빌은 모터의 동력으로 움직이는 ‘Motor Mobile’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측 불가능한 움직임을 원했던 칼더는 공기의 흐름에 의해 움직이는 모빌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합니다. 그리하여 천장이나 벽면에 매달려서 바람, 실내의 공기 흐름, 또는 관객의 터치에 의해서 쉽게 움직이는 ‘Hanging Mobile’을 제작했습니다.
알렉산더 칼더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printbakery
어딘가에 걸려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는 모빌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까요? 수직 방향인 체인 고리의 연결, 철사 끝에 매달린 다양한 형태의 물체의 무게로 균형을 잡고 있는 모빌이 보입니다. 모빌의 균형은 공기의 흐름과 진동에 따라 유려한 움직임으로 확장됩니다. 알렉산더 칼더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무게중심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균형을 잡아간다.”
알렉산더 칼더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printbakery
Hanging Mobile은 실내에 매달 수 있는 적당한 크기로 제작되다가 차츰 기념비적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거대한 무게를 감당할 수 있는 Standing Mobile 이 탄생하게 됩니다. Standing Mobile 은 고정된 받침대 위에 모빌이 부착되어 있습니다. 받침대는 지지대 역할뿐만 아니라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 가벼움과 무거움 속에서 긴장감을 조성합니다. Hanging Mobile에 비해 움직임이 소극적이지만 다양한 형태의 표현으로 모빌 전체의 양감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게 됩니다.
칼더 모빌은 ‘움직임’으로 ‘공간성’을 만들어 냅니다. 모빌의 선은 움직이면서 면을 만들고 면은 움직이면서 공간을 창조합니다. 이로써 공간은 시각화되고 구체화됩니다. 선에서 시작되는 작은 움직임이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는 것입니다.
(좌) 플랜스테드 모빌 Flensted Mobiles,Dirfting Clouds – Natura, W80xH100cm, Gilded stainless steel, wood (우)플랜스테드 모빌 Flensted Mobiles, Niels Bohr, W27xH27cm, Stainless steel, wood ⓒprintbakery
최근 많은 아티스트, 브랜드가 모빌 아트를 삶의 영역으로 끌어오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브랜드는 플랜스테드 모빌(Flensted Mobiles)과 볼타(Volta)입니다. 두 브랜드는 비슷하면서 서로 다른 방향성을 가지고 모빌 아트를 디자인하고 있습니다.
플렌스테드 모빌이라는 덴마크 회사는 70년간 헨드메이드 모빌만을 만들어온 브랜드입니다. 1953년 창업자 크리스티안 플랜스테드가 딸의 세례 선물로 빨대와 종이를 이용해 황새 모양의 모빌을 만든 것이 그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프랜스테드 모빌은 대개 Hanging Mobile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현대 덴마크 디자인 특유의 독창성과 우아한 선이 특징입니다.
(좌) 볼타 Volta, CUZCO,W48xH41cm, Steel, Aluminum (우) 볼타 Volta, MIAMI, W50xH39cm, Steel, Aluminum. Polyester ⓒprintbakery
디자인 스튜디오 볼타(VOLTA)는 Standing Mobile을 주로 작업합니다. 스페인의 젊은 형제에 의해 탄생한 브랜드로 여러 도시에 영감을 받아 다채로운 색감이 특징입니다. 모든 제품을 스페인의 공방에서 친환경 소재로 제작한다는 점이 인상 깊습니다. 활기찬 느낌을 주는 볼타 모빌이 나만의 공간에 머무른다면,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 줄 듯합니다.
시간은 형체도 없이 왔다가 빠르게 사라져버리지만 종종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 있습니다. 만개한 벚꽃이 떨어지고 담벼락을 빨갛게 물들이는 장미를 보면서 봄이 지나고 여름이 다가옴을 느끼는 것처럼요. 요즘은 빨갛게 노랗게 각양각색으로 물든 거리의 나무들이 보입니다. 어느새 가을이 왔음이 눈으로 다가옵니다.
모빌도 시간과 시간에 따라 흐르는 공기를 보여줍니다. 추상적인 움직임으로 섬세하고 우아하게. 미세한 공기의 흐름으로 형태를 바꾸는 모빌은 삶을 담아내는 듯합니다. 공간 안에 흐르는 시간을 모빌로 볼 수 있다면, 여러분은 어떤 모빌을 나만의 공간에서 느끼고 싶으신가요? 움직이는 모빌은 우리 삶에 생기와 아름다움을 가져와 줄지도 모릅니다.
알렉산더 칼더 전시 전경, 페이스갤러리 ⓒprintbakery
참고문헌
유형석.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Calder)의 모빌과 스테빌 연구." 국내석사학위논문 경기대학교 일반대학원, 2009. 서울
EDITOR 전혜림 DESIGNER 이진혜